홍석모(洪錫謨)의 東國歲時記 동국세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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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정조 ·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책. 이 책은 원래 한권의 필사본으로 전해왔다. 책 맨 앞에 이자유(李子有)의 서문이 1849년(헌종 15) 9월 13일에 쓰여진 점으로 보아서 이 책의 완성은 1849년으로 보인다. 뒤에 이 필사본을 홍승경(洪承敬)이 광문회(光文會)에 기증하여, 광문회에서는 1911년에 김매순(金邁淳)의 《열양세시기 洌陽歲時記》, 유득공(柳得恭, 1749∼?)의 《경도잡지 京都雜志》와 더불어 합본하여 1책의 활자본으로 발행하게 되었다. 그 뒤 이 3책은 합본으로 여러 곳에서 인쇄되어 나오고 있으며, 우리 나라 세시풍속연구의 중요한 기본문헌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이상 3책 중에서 《동국세시기》는 제일 나중에 쓰여진 책이면서, 내용이 제일 세밀하고 분량도 많다. 1530년(중종 25)에 완성된 《동국여지승람》에서 기록을 옮겨 적어놓고, 그 경우에 “여지승람을 보라(見輿地勝覽). ”고 한 것이 많다. 그러므로 단정은 할 수 없으나, 《동국여지승람》이 작성된 이후 근 300년이 지나 《동국세시기》 기술 당시에는 이미 변질되었거나 혹은 단절된 풍속도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의 세시풍속들을 월별로 정연하게 기록하고 있다. 단오 · 추석 등과 같이 날짜가 분명한 것들은 모두 항목을 별도로 설정하여 설명하였고, 날짜가 분명하지 않은 풍속들은 매월마다 월내(月內)라는 항목 안에 몰아서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체재는 《열양세시기》와 같다. 다만, 《열양세시기》는 서울의 풍속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경도잡지》도 이와 체재가 비슷한데 기술이 매우 간략하다.
《동국세시기》는 《동국여지승람》에서도 많이 옮겨 싣고 있으나, 특히 《경도잡지》를 모태로 삼은 느낌이 있다. 따라서, 《동국세시기》는 당시의 세시풍속을 문헌자료들도 아울러서 총정리하였다. 각 지방의 차이가 있는 풍속들도 많이 기술하고 있어서 다른 책들보다 훨씬 더 참고가 되는 귀중한 자료집이다. 정치체제와 사회제도 등에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국세시기》를 비롯한 세시기들을 볼 때에 우리 세시풍속의 기본구조는 전통으로서 지금까지 연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명확하게 느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