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정(포丁) : '포'는 부엌을 뜻하는 글자. 엄호[床-木] 속에 包가 들어간 글자임. 포정은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에 나오는, 소를 잡는 장인. 포정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해 소를 잡을 때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소를 잡은 데서 나온 말로, 사물의 성질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하여 자유자재로 솜씨를 발휘한 장인을 가리킨다.
2) 윤편(輪扁) :《장자》 〈천도(天道)〉에 나오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저명한 수레 만드는 장인.
<원문>
癖者, 病也. 凡物有好之者, 好之甚則曰樂, 有樂之者, 樂之甚則曰癖. 仲舒杜預 癖於學者也, 王勃李賀癖於詩者也, 靈運癖於遊者也, 米芾癖於石者也, 王徽之癖於竹者也. 外是以往, 有百工技藝之癖焉, 宮室珍寶器用之癖焉. 甚至有嗜痂逐臭之類, 又癖之入于怪者也.
余素無他嗜好, 唯癖於畵, 見一古畵可意者, 雖殘幅敗卷, 必重價而購之, 愛護之如性命. 聞某所有善本, 則輒殫心竭力而必致之. 方其寓諸目而融諸神也, 終朝而不知倦, 達宵而不知疲, 忘食而不知飢. 甚矣! 吾之癖也, 其殆近於向所謂嗜痂逐臭者類歟!
畵之古者多腐壞, 往往隨手而裂, 余每惜其將久而泯焉. 有方君幼能者, 素具煙雲眼. 其於癖又有異於人者, 遇古畵之紙損絹壞者, 則必手治糊而改裝之, 老而矻矻焉不已. 方其度之以目而應之乎手, 繩墨自運, 尺寸無舛, 動靜起居, 無出乎糊器之外. 當是時, 雖饗之以千鍾, 不與易其樂, 而神巧之所造, 殆如丁之解牛·扁之斲輪, 相上下也.
於是乎余所蓄古畵之腐傷者, 皆得以新其舊而延其壽. 甚矣! 方君之癖也, 其又非吾所可比也. 以吾之癖於畵, 得方君之癖於裝, 旣盡完其古畵之壞者. 每閒暇之日, 與之對几共玩, 陶然心醉, 不知天之爲盖, 地之爲輿, 兀兀乎窮歲月於斯而不厭. 甚矣! 吾與君之癖也. 因書爲癖說, 以贈之.
<해설>
홍현주(1793~1865)가 1817년에 쓴 글이다. 제목은 고질병을 밝힌다는 뜻의 〈벽설(癖說)〉로서, 자신과 방유능 두 사람의 서화(書畵)에 빠진 벽(癖)을 자조하기도 하고 자부하기도 한다. 저자는 정조의 부마인 해거도위(海居都尉)로서 시문을 잘하였고, 서화의 수장가로서 감식안도 뛰어났던 인물이다. 19세기 문화계에서 아주 비중이 높은 인물이다.
그런 홍현주가 이 글을 써서 준 사람은 방효량(方孝良, ?~1823)으로서 유능(幼能) 또는 유능(孺能)은 그의 자(字)이다. 장황(裝潢), 곧 서책과 그림의 장정에 특별한 재능과 전문성을 지닌 장인으로 당시에 매우 유명하였던 인물이다. 홍현주를 비롯하여 신위(申緯) 등의 서화를 표구하는 일을 전담하였다. 정조가 특별히 그에게 벼루를 만들어 올리라는 명을 내린 일이 있을 만큼 다양한 분야에도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홍현주 자신도 서화벽이 있는데, 서화를 잘 보수하는 방효량과 같은 장인이 있어서 서화를 소장하고 감상하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고 하였다. 같은 분야에 벽(癖)을 가진 사람과 어울리는 즐거움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글의 주제는 벽(癖)이다. 어떤 물건이나 일을 좋아하여 푹 빠져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18세기 이래 이런 고질병을 인간의 한 덕목으로까지 내세우는 분위기가 일부 형성되어 있었다. 특히, 서화에 대한 벽은 다른 것에 견주어 고상한 것으로서 문인 예술가들은 자신의 벽을 과장되게 자부하기도 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글로서, 이 글이 쓰인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쓰인, 《나석관고(蘿石館稿)》의 〈서화서(書畵序)〉가 있다. 그 글에서는 다른 벽이 탐욕에 기운 병이거나 음란함에 빠진 병이거나 사치에 빠진 병이지만, 서화에 빠진 벽은 성격이 다르다고 하였다. 서화는 우아한 일, 곧 아사(雅事)이므로 서화벽(書畵癖)이 있다 해도 우아한 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병과는 다르다고 구별해서 보았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서 몰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만 있다면 그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홍현주와 비슷한 사람들처럼, 서화에 빠지는 벽을 다른 벽보다 우위에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나치게 괴벽한 것이 아니라면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벽 하나쯤은 지니는 것이 어떨까?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http://www.minch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