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는 밑지는 듯이 더러는 좀 어수룩하게
모당공의 후덕한 면모 -모당문보 겨울호에서...
모당공께서 벼슬자리에서 물러나시어 향리私家에 머물러 계실 때의 일이다.
한번은 어느 가난하고 불우한 일가어른 한분이 찾아와 묵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일가어른은 며칠이 지나고 또 지나도 도무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으시고 무작정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모당공께서는 박절하게 그만 돌아가라고 하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니까 그저 사랑방에서 얼마가 됐던 한 타령으로 지내실수 밖에 없으셨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는 그 일가어른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멀리 창밖을 내다 보면서 혼잣말로 아.! 내일이 벌써 내 생일 이로구나. 하고는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으신 모당공께서는 아무 말씀도 않으신 채 안으로 들어가시었다.
그리하여 자부님을 불으시고는, 저 사랑에 와 계신 일가어른이 내일이 생신이시란다. 라는 한말씀만 하시 고는 사랑으로 나가시었다.
그러니 자부께선들 어련하셨을까.
그말씀을 들으시곤 온통 떠들썩하게 그 일가어른의 생신을 잘차려 드렸던 것이었다. 아.! 과객처럼 다니는 일가어른이야 참으로 오랜만에 마냥 흐믓 했으리라.
그러나 그런일이 있은 후에도 그 일가어른은 좀처럼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워낙이 후덕하신 모당공께서는 조금도 눈치 보이지 않으시고 한결같이 지내시고 계 셨다.
그렇게하여 많은 나날들이 지나가고 얼마의 날짜가 또다시 지나간 그 어느날 그 일가어른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무엇인가를 한참이나 생각하더니 몹시 한심스런 혼자말로 내일이 내 생일인데‥‥‥‥‥하고는 먼 하늘만 바라보는 것이었다.
모당공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고도 아무런 말씀없이 그대로 안으로 드시더니 자부님을 불러놓으시고는 또 전과 같은 말씀을 하시었다.
내일이 저 사랑에 와계신 일가어른의 생신 이시란다. 하시었다. 이말씀을 들은 자부님은 깜작 놀라시며 아니 바로. 얼마전에 생신을 차려드렸는데 또 생신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하고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모당공께서는 미소를 머금으신 엄숙한 말씀으로 그 자부께 이르시기를 그런 똑똑이는 못쓰는 법이란다.라고 한말씀 하시고는 뒤돌아 사랑으로 나가시었다.
자부께서는 그 말씀의 높으신 뜻을 깨달으시고 다음날 그 어른의 생신을 융숭하게 또 한번 차려 드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그 어느 문헌에 전하는 것이 아니고 ㅁ傳으로 내려오는 것으로서 내 어렸을때 때 父祖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사람이 분명하고 영악하게 산다는 거야 조금도 나무할게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다가 더러는 저 와같이 어수룩하게 좀 속을 줄도 아는 그런 여유를 가질 수는 없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야무지게 너무 득똑하게 너무 영악하게 따지기 보다는 가다가 더러는 조금씩은 밑지는 듯이 그렇게 살아 갈수는 없을까 ?
너무도 각박한 세태 인심 속 살면서 높으신 慕堂선조님의 후덕하신 그 품격이 새삼 흠망스럽기로 전혀 쓸모 없는 시대 착오적 글인 줄은 알면서도 그런대로 한번 소개해 보는 것이다.
-達 山-